전시경력

전시명 랜덤억세스
전시기간 2010-03-13 ~ 2010-12-31
전시장 백남준아트센터 2층
기획
토비아스 버거, 이수영, 이유진,이소혜, 이채영, 클라우디아 페스타나
전시개요
랜덤 액세스random access의 여섯 가지 다중적 접근법

오늘날 삶 전체가 바로 랜덤 액세스random access이다. 반면 1960년대까지만 해도 정보의 저장은 전체가 통합된 형태로만 가능했으며, 각각의 개별 정보에 접속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다. 인터넷과 CD 그리고 mp3 등의 기술 개발로 인해 전자 정보는 더 이상 시간성에 기반한 구조를 취하지 않게 되었다. 1980년 백남준이 ‘인류는 새로운 미디어를 도입하고 있으며 시간성에 기초한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기록하고 검색하는 방식을 완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언급했을 때 그는 이미 머리 속에 새로운 미디어의 시대를 그리고 있었다. 백남준은 무한한 정보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 가능해지리라 예측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현상이 가지는 미래적 의의를 작품을 통하여 표현한 바 있다.

백남준의 작품과 글에서 랜덤 액세스는 차이의 다중성의 공존이 가능한 전략이다. 백남준은 또한 그의 글을 통해 다양성과 자유의 개념을 논하며 “자유는 두 가지 이상의 의미, 방향, 매체와 가능성을 가지고 흘러가는 시간성과 연결되어야 한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렇게 시간의 일방향성으로부터 자유롭게 됨은 곧 관객을 참여자로 일변시킨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참가자 개념의 생성은 기존에 정해진 어떠한 표현 방식에도 구애 받지 않는 열린 세상을 유도한다. 또한 현 인류의 생활을 특징 짓는 랜덤 액세스의 경험은 그 자체 역시 수많은 방식으로 구현 가능하다.

백남준 이후 여러 작가들이 랜덤 액세스 개념을 구체화하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 왔으며, 이러한 작업은 관객들이 그들만의 시각적 악보visual scores나 소리 채집soundscapes 등을 통하여 참여할 수 있게끔 유도하는 일종의 퍼즐로서 작용한다. 어쩌면 문자에서 감각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들이 참여자들의 경험을 통하여 실재화되고 재구성되는 백남준의 작품 <총체 피아노Klavier Integral>처럼, 전시 또한 이러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랜덤 액세스에 대한 경험은 또한 매일의 일상에서 이루어진다. 1960년대 미디어의 기록과 검색 문제를 해결해 낸 바로 그 기술의 발전이, 다른 한편으로는 이미지 과잉의 문제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무차별적 도시개발로 인해 야기된 환경 변화를 가속시키는 징후를 보인다. 이러한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통제와 감시의 수단은 증가하고 있다.

저항하기 힘든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인은 도피 혹은 파괴의 충동을 느끼고, 기억을 병치시키거나 사건을 묘사함으로써 종잡을 수 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의 경험을 개인화하려고 한다. 백남준의 작품에서처럼, 경험은 이질적인 각 부분(기억, 사건, 경험…)들이 꼴라쥬되는 방식으로 개인화되며, 이러한 꼴라쥬 안에서 각 부분들 사이에 존재하는 틈을 통하여 삶의 여러 잠재력들은 부상한다. 랜덤 액세스의 삶 속에서 중요한 것은 더 이상 전체가 아닌 파편들fragments인 것이다. 백남준에게 있어서 새로운 예술 장르라는 것은 작가가 ‘주의isms’라는 자기기만에서 탈피할 수 있는, 수수께끼나 탐정소설과 같이 구성된 예술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관객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콘서트 홀(혹은 전시장)에 들어가고 나갈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는 예술을 의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