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경력

전시명 다중시간
전시기간 2016-01-29 ~ 2016-07-03
전시장 백남준아트센터 제1, 2전시실
기획
기획: 김지희, 김현정
참여기획자 : 그레고르 얀센, 김대식, 다카하시 미즈키, 마크 한센, 서진석, 서현석, 유재원, 이영준, 장가, 한유주, 홍성민
참여작가 : 백남준, 김소라, 데이비드 헤인즈&조이스 힌터딩, 라파엘라 보겔, 백정기, 버블데크오토워시 샬롯놈, 빠키, 야마시로 다이스케, 에이.타이피트스(김태용, 류한길, 로위에), 왕유양, 우지노, 유비호, 이사벨라 페른케스, 장펠리, 카스텐 니콜라이
전시개요
<손에 손잡고(Wrap around the World)>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추어 백남준이 성사시킨 프로젝트이다. 백남준은 위성 시스템을 이용하여 전 세계 모든 지역문화권을 연결시킴으로써 냉전시대의 종말을 고하며 수평적 네트워크가 가능한 상생의 미래를 표현하였다.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동서양의 많은 국가들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각기 다른 장르와 상하 문화위계 간의 경계를 해체시켰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현대 미술사 최초로 위성 시스템을 이용하여 지역 문화권이라는 공간적 영역을 융합시킴으로써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벗어난 하나의 지구를 제시하였다는 데 있었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기획한 <다중시간 (Wrap around the Time)>은 백남준 추모 10주기 기념 특별전으로서 <손에 손잡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물리적 공간의 융합에서 나아가 과거,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간극도 해체, 연결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시공간의 압축은 과거의 백남준과 동시대 예술인들이 함께하는 협업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전시를 통해 이루어졌다.

<다중시간>전은 백남준의 작품세계에서 새로운 담론을 도출하고 이를 입증할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백남준 작품세계를 연구하여 새로운 담론을 도출하는 작업에는 인문, 사회, 과학, 미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11명이 참여하였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뇌 과학자 김대식, 신화학자 유재원, 소설가 한유주, 기획자 서진석, 그레고르 얀센, 장가, 다카하시 미즈키, 공연 기획자 홍성민, 미디어 이론가 서현석, 비평가 마크 한센, 기계 비평가 이영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각자 선호하는 19점의 백남준 작업을 선택하였다. 이들은 백남준의 작품을 각자의 시각으로 분석하고 개념을 재조명하여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11편의 다양한 이론적 담론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이론적 담론을 도출한 전문가들은 각자의 담론을 증명할 동시대 미디어 아티스트를 각각 1-3인씩 총 14팀을 선정하였다. 그 결과 라파엘라 보겔, 이사벨라 페른케스, 빠키, 야마시로 다이스케, 백정기, 김소라, 조이스 힌터팅과 데이비드 헤인즈, 유비호, 장펠리, 우지노, 왕유양, 카스텐 니콜라이, 에이.타이피스트, 버블데크오토워시 샬롯놈 등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과 작품이 선정되었다.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들 14팀의 작업을 담론의 원류인 백남준의 작업과 링크시킴으로써 <다중시간>전이라는 새로운 병합 전시를 선보였다.

백남준의 작업 하나하나에는 다가올 미래 사회에 대한 선도적인 철학과 사상이 담겨있다. <다중시간>전은 백남준-이론가-동시대 작가의 3단계 매칭 과정을 통해 21세기 현재의 다양한 문화 현상과 담론들의 원류에 백남준의 작업세계가 공고히 자리 잡고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백남준의 천재성에 가려 미처 인지 하지 못하거나 주목하지 못했던 다양하고 깊이 있는 그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다중시간>전은 이처럼 기존의 현대 미술 전시와는 다른 형식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창작물의 결과로 평가 받는 전시가 아닌 창작물을 생성해내는 과정을 보다 중시함으로써 기존의 예술 프로젝트와는 다른 형식적 차별성을 가진다. 이러한 차별성은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수평적 네트워크의 공동체적 전시
이번 <다중시간>전은 1인 기획자가 리딩하는 수직적 조직의 전시를 지양한다. 21세기 디지털 사회는 이미지의 생산 유통 소비에 있어서 과거처럼 자본력이나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수직적 조직체를 필요치 않는다. 균형화된 네트워크가 가능한 소통의 민주화 시대는 수평적 공동체를 기반으로 하는 창작 활동을 가능케 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백남준 연구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11인의 기획자들이 모여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교류와 소통을 통해서 전시 담론을 창출하였다. 이는 1인 디렉터나 소수 파워그룹이 만드는 주류 미술 전시들에 대안을 제시하는 새로운 유형의 민주적인 창작 프로젝트이다.

백남준 담론에 대한 횡적 다양성 창출
백남준아트센터는 이번 <다중시간>전을 통해서 백남준의 작업 세계를 연구하는 공동체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백남준의 작업을 연구하며 공동체를 확장하고자 한다. 인문, 사회, 과학, 미학, 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연구소는 앞으로 백남준의 작업세계에 대한 종적 담론들을 횡적 다양성으로 확장시킬 것이다. 이번 전시의 수확은 출품된 16점의 작품 뿐만 아니라 11명의 이론가들에 의해 창출된 백남준에 대한 담론이다. 바이오 아트와 백남준, 인공지능과 백남준, 양자역학과 백남준 등 11편의 종적 담론들은 이후 백남준 연구를 횡적 다양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다중 연상을 창출하는 전시
<다중시간>전은 하나의 주제 아래에서 한 작가의 작품, 또는 여러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여 감상하는 선형적 연상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전시다. 이번 전시에 설치된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감상할 때 마다 이에 매칭된 백남준의 작업을 병치시키고 있다. 이론가의 담론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병합, 병치된 작품 전시를 통해 비선형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연상의 확장성을 추구하는 전시 감상법을 새로이 제안한다.

백남준 추모 10주기 특별전인 <다중시간>전을 통해서 앞으로도 백남준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새로운 담론들이 생성될 것이다. 또한 과거 20세기의 백남준과 21세기 동시대의 예술인들은 시공간을 넘어 서로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백남준의 작업세계를 재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백남준의 작업세계가 지닌 무한한 확장성에 주목하고 이를 입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또한 이번 전시는 백남준이 꿈꾸어 왔던 지역, 인종, 종교, 문화 간의 위계가 없는, 심지어 인간, 자연, 기술 간의 수평적 공유가 이루어지는 미래의 네트워크 사회를 내용, 형식에서 가장 훌륭히 표현해낸 프로젝트라고 자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