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경력

전시명 말에서 크리스토까지
전시기간 2014-03-08 ~ 2014-06-22
전시장 1층 전시장
기획
‘말에서 크리스토까지’는 백남준이 1981년에 쓴 글의 제목으로, 이 글에서 작가는 통신수단과 운송수단이 분리되지 않던 시대에 인류가 말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던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텔레비전과 비디오의 시대를 전망하며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초감각적 지각을 통한 정신의 힘을 강조하였다. 새롭고 빠른 것을 쫓는 정보 기술의 속성을 간파한 백남준은 마음(心)이야말로 실제 사람의 행동을 움직이는 진정한 소통의 방식이자 수단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말에서 크리스토까지>전은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과 그에 따른 인류 환경의 변화에 주목하고 커뮤니케이션 예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간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 진정한 소통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전시개요
말 마을 마음
백남준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방법과 역사적 변천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가장 원초적인 의사소통 수단인 말(言)과 그에 따라 만들어진 다양한 문자,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고 교류하면서 이룩해 온 인류의 문명과 예술에 대해 명확한 관점을 갖고 있었다. 그의 이러한 생각은 주변의 지인들에게 마음을 담아 선물한 드로잉에서부터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비디오 조각 작품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핵심적인 예술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였다. 백남준에게 있어 비디오 아트는 커뮤니케이션과 예술의 관계를 탐문하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점이었다.

전자 달
동서양을 막론하고 달은 인간의 삶의 주기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으며, 달빛은 원거리를 조망할 수 있게 해주는 텔레비전 이전 시대의 ‘원격-시각’을 의미한다. 또한 빛은 정보를 식별할 수 있는 귀중한 원천이다. 중세시대에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친 빛을 통해 정보를 파악했듯이 현대에는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광량을 통해 정보가 소통되고 있다. 20세기의 전자 달인 텔레비전은 소문이 전파되고 소통되는 커뮤니케이션의 채널로서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백남준은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력에 주목하여 텔레비전의 기능을 변형시킨 다수의 작품을 남겼다.


비디오 공동 시장
백남준은 텔레비전이 자국문화의 우월함을 강조하는 국수주의적 매체라는 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 그는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패한 이유가 베트남에 대한 미국인의 몰이해와 의사소통의 실패 때문이라고 보고, 텔레비전을 통해 습득한 타문화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 세계 평화를 위협한다고 지적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백남준은 춤과 음악이라는 비언어적 소통매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방송용 비디오 작품을 제작하여 서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즉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비디오 공동시장을 주창하였다.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소통은 인류가 함께 공존하고 상생할 수 있는 생태학의 문제였기에 그는 결코 이를 포기할 수 없었다. <글로벌 그루브>, <모음곡 212>를 비롯한 수많은 방송용 비디오 작품들과 <손에 손잡고>와 같은 생방송 위성 프로젝트는 일방향의 텔레비전에 대한 백남준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만들어낸 위대한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