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경력

전시명 2009상설전
전시기간 2009-03-03 ~ 2009-12-31
전시장 제 1 전시장
기획
기획 (국문)
전시개요
세계의 역사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면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백남준)
백남준은 20세기의 많은 뛰어난 예술가들 가운데서도 매우 특이한 위상을 갖고 있다. 그는 포스트모던 민족지학과 전자 테크놀로지의 관계를 평생의 과제로 탐구해온 매우 드문 예술가이다. 최근에 미디어와 고고학, 비교인류학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으나, 백남준의 활동은 전문가들의 사이에서 자주 외면되고 있다. 아시아에서 온 예술가로서 음악과 전자미디어 영역에서 예술적 탐구를 시작한 백남준은 1960년을 전후한 시기에 서구의 전통과 근대의 모든 음악 개념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변형된 전자적 오브제를 창안했고, 유목적인 변형 기계로서 작동하는 그의 비디오 예술은 단지 표현 매체의 발견과 확장으로 의미가 축소될 수 없다. 시간에 기반한 오브제의 창안, 인터랙티비티, 위성 아트, 미디어 인류학의 전개 등은 1863년 시각 예술에서 ‘근대성’을 개시한 에두아르드 마네 이후 뒤샹과 다다를 거쳐 100년간 전개되어온 서구의 현대 미술과 모더니즘의 논리에 도주로를 개척한 것이며, 또한 고대 그리스적 사유와 동양적 연대감에서 유래하는, 동료 예술가들에 대한 필리아의 정신과 경외감의 실천은 근대적 에고이즘의 벽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의 초기 활동은 매우 눈부신 것으로서 독일 내의 플럭서스 탄생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고, 서클 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당시에 조각의 전통에 묶여있던 무명 시절의 보이스의 활동에 특별한 충격을 제공하였으며, 이 둘은 유목적 사유와 경험을 공유하는 변형 기계의 생산자로서 평생을 예술적 동지로 지낸다. 하지만 백남준의 작업은 보이스 처럼 연이은 위기들에 의해 진행된 것도 아니며, 뒤샹 같이 스타일을 급격히 바꾸는 극적인 전환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케이지 처럼 결백을 향한 여행 같은 것과도 다르다. 그는 8자형의 무한대 곡선을 그리는 대칭적 사유의 지성으로서 내적인 관계와 발견 속에서 차이의 지속적인 변주를 통해 뿌리깊게 비대칭적 사유에 사로잡힌 서구의 현대성을 초극하는 길을 터주었다. 백남준의 성장은 자신을 ‘아기 TV’라 칭하듯이 성숙을 향한 발전의 진화론적 사고와 다르다. 그것은 현대 에술 시스템의 위계적 구조 안에서 퇴행이 아니라 성숙을 거부하는 순진무구의 역행이라 말할 수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상설전은 본 아트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과 자료들을 중심으로 하되, 연대기적인 서술 방식을 피하고, 토픽 중심으로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재맥락화하는 시도를 보여주려고 한다. 기획전의 성격에 따라서 상설전은 새롭게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변화될 수 있으며, 이는 ‘이데아의 물신화’와 영원성-컬트를 인류의 오래된 질병으로 여기는 백남준의 기본 정신에 충실하자는 의도를 나타낸다. 상설전은 본 아트센터의 1층 전시실에 국한되며, 생전에 백남준의 스튜디오 가운데 브룸 스트릿에 위치해 있던 스튜디오의 일부를 재현한 [메모라빌리아] 공간은 상설이다. 현관 로비 중앙에는 지구 생태계에서 물고기의 하루의 삶을 전쟁의 역사와 머스 커닝햄의 춤을 배경으로 한 <TV 물로기>로 시작하며, 백남준 예술의 중요한 시발인 1963년 부퍼탈에서의 <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을 연구하는 특별 전시실, 슈아 아베와 공동으로 개발한 <비디오 신시사이저> <닉슨 TV> <참여 TV> <K-456> 로봇 작품들외에 <스위스 시계> <TV 촛불> 그리고 1920년 러시아 구성주의 화가 로드첸코의 <노동자의 테이블과 의자>를 재현한 실용 가구가 있다. 또한 아트센터의 실내 환경을 조성하던 중에 영구 설치 작품으로 자리잡게 된 <TV 정원>을 중심으로 슈톡하우젠이 기획하고 카스파리가 연출한 <오리기날레>, 백남준과 샬롯 무어맨의 퍼포먼스, 오토 뮐과 헤르만 니치의 작품들, <TV 달> <장 피에르 빌헴름에게 보내는 오마주>, 일본 영평사에서 새벽 참배하는 백남준의 모습을 찍은 영상물, Fluxus 작가들의 초기 퍼포먼스 영상물과 소형 작품들, <TV 부처> <버마 체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또한 소극장에서는 위성 3부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바이 바이 키플링>, <랩 어라운드 더 월드>가 상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