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경력

전시명 x_sound: 존케이지와 백남준 이후
전시기간 2012-03-09 ~ 2012-07-01
전시장 백남준아트센터 1,2 층
기획
“x_sound”는 미지의(x) 소리, 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몰아내는(ex-pel) 소리, 확장된(ex-panded) 소리를 아우르기 위한 제목입니다. 즉, 더 이상 단순한 소리로만 머물 수 없는 소리를 가리키며, 그런 소리에 대한 탐구의 중심에 존 케이지와 백남준이 있습니다. 피아노 앞에 앉은 연주가가 4분 33초 동안 아무것도 연주하지 않는 <4분 33초>라는 곡으로 음악의 새로운 장(場)을 열었던 존 케이지가 1960년대에 전개한 실험들은, 그의 선(禪)사상과 함께 백남준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일본과 독일에서 현대음악을 공부한 백남준은 케이지의 실험에 큰 자극을 받아, 그에게 오마주를 바침과 동시에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일명 ‘액션 뮤직’)로 소리에 대한 실험을 확장해 나갑니다. 멜로디와 리듬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음악(music)은 일상의 소음(noise)과 구분되지 않는 소리(sound)로 확장되고, 관객들의 반응까지도 곡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백남준은 장난감, 종이 등을 악기에 배치해서 소리의 원리를 공간에서 볼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 구체적인 행동과 상황을 요청함으로써 좀 더 예측할 수 없는 장면들을 만들어냈습니다.

미술이 더 이상 관객들이 수동적으로 관조하는 시각의 전유물이 아니기를 바랐던 백남준의 이념처럼, 현대미술은 관객들의 오감을 깨워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관객의 개입을 통한 우연적 요소를 작품의 일부로 간주하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관객의 신체를 직접적으로 자극하고, 그 형태가 미리 정해지지 않은 소리는 이제 현대미술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중요한 재료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동시대 작가들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에 소리를 덧대는 것이 아니라, 청각을 통해 시각을 확장하고,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한 감각과 의미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존 케이지가 일으키고 백남준이 확장시킨 파장들은 동시대 작가들의 사운드 설치작업에서 새로운 매체와 새로운 맥락,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감각과 만나 또 다른 공명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전시개요
소리의 시각화라는 과제를 끈질기게 탐구해 온 김기철(한국)은 자연의 소리를 내보내는 스피커들을 전시 공간에 절묘하게 배치해서 청각과 시각의 연상을 극대화합니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 작가인 하룬 미르자(영국)의 작품은 일상에서 음향 기능과 무관한 것들이 내는 소리와, 음향 장비들이 의외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소리로 구성됩니다. 지문(스위스)은 작은 모터가 설치된 빈 상자들로 이루어진 구조물 속으로 생경한 마찰음을 통해 관객을 끌어들일 것입니다. 2013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작가로 선정된 안리 살라(알바니아)는 비디오를 통해 소리와 공간이 연관될 때 나타나는 효과들을 예리하게 잡아낼 것입니다. 2010년 터너상 수상 작가인 수잔 필립스(영국)는 복잡하고 풍부한 역사적 함의를 지닌 노래들을 직접 편곡하고 불러서 관객들이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그 노래와 마주치게 합니다. 소닉 유스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리 래날도가 자신의 음악을 ‘생각’하는 ‘소리’를 녹음하고 그 장면을 사진으로 기록한 로리스 그레오(프랑스)의 작품은 소리의 부재를 통해 역설적으로 소리의 힘을 증명한 존 케이지의 실험을 이어나갑니다.
설치와 공연을 통해 독보적인 사운드 작가로 자리매김한 오토모 요시히데(일본)는 수십 대의 빈 턴테이블을 이용하여 다양한 소음의 협주곡을 만들어 냅니다. 이들의 사운드 설치 작품들은 단순히 전시 공간 속에 울려 퍼지는 소리가 아니라, 소리가 만들어내는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긴장, 소리를 통해 형성된 환경, 소리가 역사와 정서를 뒤섞는 방식, 소리가 수학적 질서와 우연을 넘나드는 방식, 공간-소리-신체의 관계에 대한 예민한 탐색 등을 보여줄 것입니다.

<x_sound> 전시에서는 설치 작품과 더불어 다양한 사운드 공연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전시 오프닝에서는 12대의 라디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추계예술대학교 작곡과 학생 24명)가 존 케이지의 <상상풍경 4번>을 연주하고, 오토모 요시히데가 턴테이블을 이용한 공연을 펼칩니다. 전시 기간 중에는 피아니스트 정선인이 존 케이지가 볼트와 너트로 피아노 현을 변형한 ‘장치된 피아노’를 재현하여, 케이지의 곡을 연주하는 현대 음악 공연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또한 존 케이지의 전위적인 작품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태블릿 PC를 활용한 ‘존 케이지 미디어 라운지’를 설치하여 관객들에게 쉽고 흥미로운 정보를 다채롭게 제공할 것입니다.